신진서 9단이 바둑 인공지능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최종 승리했다. 7월 21일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3국에서 221수 만에 흑 11집반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마무리했다.
1국에서 완패했던 상황을 뒤집은 역전이다. 다만 조건을 알고 봐야 한다. 이 대국은 두 점 접바둑이었다. 그럼에도 바둑계가 이 승리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있다.
상금 2억 5,000만원 + 제네시스 G90
목차
대국 결과 한눈에 보기
| 구분 | 1국 | 2국 | 3국 |
|---|---|---|---|
| 날짜 | 7월 17일 | 7월 19일 | 7월 21일 |
| 결과 | 신진서 패 | 신진서 4집반승 | 신진서 11집반승 |
| 수순 | 254수 | 290수 | 221수 |
| 소요 | — | 4시간 50분 | 3시간 5분 |
| 치수 | 두 점 접바둑 (신진서 흑 / 카타고 백) | ||
대회는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장소는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였다. 1국을 내준 뒤 2·3국을 연달아 따낸 역전 우승이다.
두 점 접바둑이 무슨 뜻인가
접바둑은 실력 차가 있을 때 약한 쪽이 미리 돌을 깔고 시작하는 방식이다. 두 점 접바둑이면 신진서가 바둑판에 흑돌 두 개를 먼저 놓은 상태에서 시작한다. 그만큼 유리한 조건이다.
실력이 대등할 때 두는 방식은 호선(맞바둑)이라고 한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호선이었다.
즉 이번 승리는 “동등한 조건에서 인간이 AI를 이겼다”는 뜻이 아니다. 이 점이 기사 제목만 보고 오해하기 가장 쉬운 부분이다.
그런데도 왜 의미가 있다고 할까
이유는 그 두 점조차 부족했기 때문이다. 카타고는 두 점 접바둑에서도 사실상 완승을 이어왔다. 인간에게 두 점을 깔아줘도 이기던 상대였다는 뜻이다.
이번 대국의 카타고는 그래픽카드 RTX 3090 4장을 병렬로 묶은 전용 시스템에서 돌아갔고, 기존보다 강화된 버전이었다. 시간 조건도 사람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았다. 신진서는 5시간에 30초 초읽기 1회, 카타고는 매 수 20초였다.
바둑계에서 이 승리를 두고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거둔 1승에 못지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승부처는 160수 절단이었다
2국의 흐름은 단순하지 않았다. 신진서는 안정적인 대형 정석으로 초반을 짜고 150수 넘게 승률 99%대를 유지했다.
분기점은 160수였다. 중앙의 백 대마를 공격하며 백돌을 과감히 절단했는데, 카타고의 역습이 이어지며 승률이 89%대까지 떨어졌다.
여기서 갈렸다. 신진서는 중앙 전투에서 AI가 계산한 최선과 거의 어긋나지 않는 수순을 밟아 승률을 다시 99%대로 끌어올렸고, 종반 끝내기까지 흔들리지 않고 마무리했다. 290수 만에 흑 4집반승이 확정됐다.
카타고는 어떤 AI인가
카타고는 알파고 제로가 제시한 학습 방법론을 계승해 만들어진 오픈소스 바둑 엔진이다. 알파고가 구글 딥마인드의 비공개 프로젝트였고 2017년 은퇴한 것과 달리, 카타고는 누구나 내려받아 쓸 수 있다.
지금은 프로기사들의 복기와 연구, 바둑 중계의 실시간 승률 표시에도 널리 쓰인다. 실제로 이번 대국 중계에 표시된 승률도 AI가 계산한 값이다. 알파고 이후 최강 자리를 지켜온 엔진이라고 보면 된다.
| 구분 | 알파고 | 카타고 |
|---|---|---|
| 개발 | 구글 딥마인드 | 오픈소스 프로젝트 |
| 공개 여부 | 비공개, 2017년 은퇴 | 공개, 현재도 사용 |
| 이세돌·신진서 대국 치수 | 호선(2016) | 두 점 접바둑(2026) |
신진서는 어떤 기사인가
신진서는 2000년 3월생, 만 26세의 9단이다. 2018년 제22기 GS칼텍스배 결승에서 이세돌 9단을 3대 2로 꺾고 9단에 올랐다.
2020년 만 19세에 메이저 세계대회인 LG배 세계기왕전을 제패한 뒤 세계 바둑 일인자로 자리 잡았고, 이후 삼성화재배·춘란배·명인전 등 국내외 타이틀을 두루 가져갔다. 세계 바둑 랭킹 사이트 고레이팅에서 프로기사 최초로 3,800점을 넘어선 기사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이번 대국은 현재 인간이 내보낼 수 있는 최강 카드가 나선 승부였다. 그런 기사에게도 두 점을 깔아줘야 성립하는 상대가 지금의 카타고다.
10년 전 이세돌과 알파고는 어땠나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2016년 대국은 조건이 달랐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호선으로 다섯 판을 뒀고, 결과는 이세돌의 1승 4패였다. 유일한 1승이 나온 4국의 78수는 알파고의 계산을 무너뜨린 수로 남아 “신의 한 수”로 불린다.
그 1승은 대등한 조건에서 거둔 승리였다는 점에서 이번과 성격이 다르다. 반대로 이번 승리는 10년간 AI가 얼마나 더 멀리 갔는지를 전제로 한 승리다. 어느 쪽이 더 대단한지를 따지기보다, 조건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기신전은 어떤 대회인가
보도에 따르면 기신전은 대국당 5,000만원이 걸려 있고 승리하면 5,000만원이 추가되는 구조였다. 2승 1패로 마친 신진서가 받은 상금은 2억 5,000만원, 여기에 제네시스 G90이 더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인간과 AI의 대결을 흥행 이벤트로 만든 기획이지만, 두 점 접바둑이라는 치수 자체가 10년 사이 벌어진 격차를 그대로 보여준다. 2016년에는 호선으로 겨뤘고, 2026년에는 두 점을 깔고도 1승을 거두기가 어려웠다.
3국은 어떻게 이겼나
2국이 290수까지 가는 접전이었던 것과 달리, 3국은 221수 3시간 5분 만에 끝났다. 집 차이도 4집반에서 11집반으로 벌어졌다. 내용상 완승에 가까웠다는 뜻이다.
흐름은 이랬다. 신진서는 연구해둔 정석으로 수비적인 포석을 짰다. 그리고 80수 무렵부터 백을 공격하며 흑진을 키웠다. 이후 끊임없이 계가하며 우세를 관리했고, 221수까지 승률 99%대를 유지한 채 마무리했다.
2국에서 160수 절단 이후 승률이 89%까지 흔들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위험을 만들지 않고 계산으로 이긴 판이었다.
기보와 다시보기
대국은 한국경제TV 등 주최 측 채널로 중계됐고, 바둑TV에서도 생중계가 진행됐다. 다시보기 제공 여부와 기간은 각 채널 공지를 확인하면 된다.
기보는 한국기원 기보 서비스나 바둑 전문 매체·앱에서 찾아볼 수 있다. 2국처럼 승률이 요동친 판은 160수 전후, 3국은 80수 전후의 공격 장면을 중심으로 놓아보면 흐름이 잘 보인다. 카타고 자체가 오픈소스라 직접 설치해 같은 국면을 분석해 볼 수도 있다.
신진서 본인의 말
신진서는 2국 직후 이렇게 말했다.
“1국처럼 변칙적인 수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대형 포석이 나와 다행이었다.”
“1국에서 완패한 뒤에는 1승도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승리가 더욱 뜻깊다.”
승리의 무게를 스스로도 “작은 규모였지만 전투에서 AI를 이겨봤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승부”라고 표현했다. 과장 없이 조건을 인정하면서도 성취를 짚은 평가다.
자주 묻는 질문
신진서가 카타고를 호선으로 이긴 건가요?
아니다. 두 점 접바둑이었다. 신진서가 흑돌 두 개를 미리 깔고 시작하는 조건이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호선(맞바둑)이었다.
그러면 대단한 승리가 아닌 건가요?
그렇지 않다. 카타고는 두 점 접바둑에서도 사실상 완승을 이어오던 상대였고, 이번에는 RTX 3090 4장을 묶은 전용 시스템에 강화 버전으로 나왔다. 바둑계에서는 이세돌의 1승에 못지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종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신진서의 2승 1패 승리다. 7월 17일 1국에서는 254수 만에 패했지만, 19일 2국에서 290수 흑 4집반승, 21일 3국에서 221수 흑 11집반승을 거두며 역전했다.
3국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221수 3시간 5분 만에 흑 11집반승으로 끝났다. 신진서가 연구 정석으로 수비적인 포석을 짠 뒤 80수 무렵부터 백을 공격했고, 계가로 우세를 관리하며 승률 99%대를 유지했다. 2국보다 집 차이가 크게 벌어진 완승이었다.
카타고는 어디서 쓸 수 있나요?
카타고는 오픈소스 엔진이라 일반 사용자도 내려받아 쓸 수 있다. 다만 이번 대국에 쓰인 수준의 성능을 내려면 고사양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정리하면 신진서는 두 점 접바둑에서 카타고를 상대로 2승 1패 역전 우승했다. 1국 완패 뒤 2국 4집반승, 3국 11집반승으로 갈수록 내용이 좋아졌다. 호선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하지만, 두 점을 깔고도 완승을 내주던 상대였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이 승리의 무게가 다르게 읽힌다. 이 글은 2026년 7월 21일 기준 보도를 정리한 것이다.

